[강형원 칼럼] 사랑한 만큼 치유 된다

2022. 6. 14. 17:27[강형원 칼럼] 몸맘하나 멘탈클리닉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 < 1 >

 


 

인수씨(가명)는 5개월 전 구강암 수술을 받고, 수술 후 통증과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30대의 청년입니다. 턱에서부터 아랫목까지 남은 수술 자국이 그의 고통을 먼저 말해 줍니다. 그의 목소리는 캄캄한 터널을 지나는 듯 한 음절을 힘겹게 만들었고 소리를 이어가기 위해 몇 배의 힘겨운 씨름을 자신을 상대로 해야 합니다. 조금만 지켜봐도 그의 고통이 마음으로 느껴집니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 한 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진료실 스피커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등대지기를 들으면서 질문 하나를 했습니다.
“인수씨에게 등대지기와 같이 내 삶을 조용히 빛내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는 가만히 생각합니다.

“나를 빛내는 것보다... 등대와 같이 늘 빛나 주었으면 하는 대상이 있어요. 12살 아래 남동생이요. 나이 차이가 많아 늘 절 어려워했어요. 아버지는 초등학교 때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홀로 저희 두 형제를 기르셨기에 늘 동생을 엄하게만 대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많이 미안해요.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 준 적이 없으니...”

인수씨의 힘겨운 목소리가 눈물로 변하고 손등으로 연방 훔쳐내도 눈물은 마르지 않습니다.

“동생만큼은 오래오래 빛나 주었으면 좋겠어요...”

“인수씨가 동생을 지키는 등대지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겠습니다. 또한 어머니를 부탁하는 마음이 얼마나 애절한지도 알겠습니다.”

이렇게 공감의 표현을 했더니 인수씨의 눈물방울은 굵어져 버렸습니다. 눈물이 그의 목소리를 대신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 늘 빛나도록 지켜주고 싶은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인수씨는 수줍게 말합니다. “ㅅ ㅏㄹ ㅏ ㅇ 한다는 ...”

사랑한다고 형의 말을 들은 동생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인수씨는 용기 내듯 말합니다.

“ㅅ ㅏㄹ ㅏ ㅇ 한다는 말, 이요...”

조용히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을 따라가면서 명상 상태을 유지하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잠잠하고 평온한 상태에서 인수씨는 동생을 향해 온 힘을 다해 외쳤습니다.

민·수·야! 사·랑·한·다.
민·수·야! 사·랑·한·다.

흐르는 눈물을 훔친 티슈는 쌓여만 갑니다. 저 또한 같은 명상 상태에서 동생 역할을 대신해 인수씨에게 화답했습니다.

“형! 난 형이 어려웠어. 아버지 같았어. 그래서 형한테 더 잘해서 인정받고 싶었어.”
“형! 사랑해. 엄마는 걱정 마”
“형!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인수씨의 해맑은 얼굴에서 눈물은 계속 흘러내립니다.
인수씨는 숨을 크게 몰아쉬고는 그렇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한결 통증이 가볍다고 하며 아이와 같은 얼굴로 진료실을 빠져나갑니다. 인수씨가 떠난 자리에 아픈 눈물과 간절한 고백,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가 가볍게 날갯짓을 합니다.

‘사랑한다’는 고백과 화답이 있는 자리에서는 암조차도 힘을 잃게 합니다. 임상현장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지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사랑한 만큼 치유되고, 사랑이 곧 치유라는 것은 명백히 과학적인 사실입니다. 이렇게 사랑을 정신치료 임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개념이 바로 ‘러빙프레젠스(Loving presence)’입니다. 문자 그대로 하면 ‘있는 그대로 함께 사랑하기’라는 뜻입니다.

태어나는 순간, 본래 가지고 있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적극적인 사랑을 치료적으로 행하는 것을 두고 일컫는 말입니다. 인수씨가 진료실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순간 측은한 마음과 동시에 삶에 대한 의욕이 처절하게 만큼 느껴졌습니다. 얼굴 턱선에서부터 목까지 그려진 선명한 수술 자국과 통증의 모습은 배경화면 처리되고 존재 자체로서의 빛나는 선명한 생의 의욕이 중심 화면으로들어왔습니다.

망망대해의 어둠을 밝히는 등대지기 같이 빛나 보였습니다. 멜론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이정변기(以精變氣)의 한 방법으로 상담 전개를 이끌어간 것입니다.

러빙프레젠스의 자세로 느껴지는 이미지를 그대로 동요 ‘등대지기’로 이정변기시키고 거기서 일어나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하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상태에서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진료실은 안전, 안심이 되는 공간에서 환자와 치료자 간의 관계성을 통해 체험이 일어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마인드풀니스와 러빙프레젠스를 기반으로 하는 정신치료는 체험중심, 관계중심, 인간중심의 접근입니다. 이는 신형일체의 한의학적 원리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임상중심의 심리치료법입니다.

위 사례에 적용된 마인드풀니스와 러빙프레젠스 그리고 이정 변기 요법에 대한 개념들을 다음 회차에 소개하고, 앞으로 본 칼럼을 통해서는 한의원에서 수행 가능한 정신치료법들을 임상사례중심으로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