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원 칼럼]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2022. 8. 9. 15:25[강형원 칼럼] 몸맘하나 멘탈클리닉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 < 2 >

 


마음챙김이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는 위빠사나 명상의 싸띠(sati)에서 유래한 용어로 ‘매 순간 순간의 알아차림(moment-by-moment awareness)’을 뜻합니다.

sati에 대한 가장 오래된 번역으로 ‘念’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今(지금 금)과 心(마음 심) 즉, ‘지금 여기에 마음을 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어로는 ‘bare intention’, ‘noting’, ‘awareness’, ‘attention’ 등으로 번역이 되었고, 우리말로는 ‘마음챙김’ 또는 ‘알아차림’이라는 두 가지 용어로 가장 많이 번역되었으며, 그 이외에 ‘깨어있음’, ‘주의깊음’, ‘마음집중’, ‘마음지킴’, ‘수동적 주의집중’ 등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본 지면에서는 ‘마음챙김’이라는 용어로 통일하겠습니다.

마음챙김이 유명하게된 것은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의 창시자 존 카밧 진(Jon Kabat-Zinn)의 공로가 큽니다. 그는 마음챙김을 ‘우리의 생각, 감정, 신체 감각, 주위환경을 매 순간 자각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스트레스 완화에 대한 임상적 효과를 다수 발표하였습니다.

MBSR 이후 MBCT(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마음챙김기반 인지치료), ACT(Acceptance-Commitment Therapy, 수용전념치료), DBT(Dialectical Behavioral Therapy, 변증법적 행동치료), MB-EAT(Mindfulness-Based Eating Awareness Training, 마음챙김 기반 식이자각훈련) 그리고 MBPM(Mindfulness-Based Pain Management, 마음챙김에 기반을 둔 통증관리) 등과 같이 기존 심리요법과 마음챙김이 결합된 형태의 새로운 치료적 접근들이 유행처럼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일컬어 제 3세대 심리치료법이라고 하는데 그 중심에는 마음챙김이라는 명상상태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M&L(Mindfulness & Loving presence) 심리치료가 한국과 일본의 정신과 임상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마음챙김은 유불선의 동양사상을 기반으로 한의학에서 낯설지 않은 소재입니다. 전통적으로 치료자의 도와 수양을 강조하는 한의학 특성상 명상수행을 기반으로 한 의학적 근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동의보감ㆍ신문(東醫寶鑑ㆍ神門)》에 “대개 마음은 물이 흔들리지 않고 오래 있으면 맑아져서 그 밑바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을 영명(靈明)이라고 한다(盖心 如水之不撓 久而澄淸 洞見其底 是謂靈明).”고 하여 마음챙김 상태와 유사개념으로 영명(靈明)이란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치료자로서 잡념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도(道)의 상태로 ‘허심합도(虛心合道)’를 강조하였는데, “온갖 생각이 어지럽게 떠올라도 의식이 있는 데만 작용하고 의식이 없는 데는 작용하지 못한다(百念紛起 能役有識 不能役無識).”고 하여 의식의 명료화 작업에 대한 실천적 의미를 제시하였습니다.


왜 마음챙김인가?

M&L심리치료에서 마음챙김을 강조한 이유는 마음챙김 상태가 아니고서는 인간의 심층적 신념이 변화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음챙김 상태는 체험이 일어나는 순간입니다.

칼 로저스(Carl Rogers)는 ‘변화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시작된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사람이 자신의 어떤 모습과 싸우지 않고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보통의 일상적인 의식 상태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진실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은 마음챙김 상태에서 가능하게 됩니다. 깊고 고요한 의식상태일 때, 자신이 무엇에 집착하는지, 무엇을 갈망하는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게 됩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고 그때부터 변용(transformation)을 위한 체험은 일어나는 것입니다.

마음챙김 상태는 무의식에 들어간 상태가 아니라, 의식의 가장 밑바닥에 머물러 깨어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마치 갈매기가 바다 수면 위를 낮게 날다가 물속에 물고기들을 낚아채는 것과 같습니다. 의식의 저층에 머물러 알아차린 그것을 당장 없앨려고, 해결할려고 덤벼드는 것이 아니라, 이 또한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마음챙김 상태는 관찰하는 의식상태입니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도록 의식을 깨우는 작업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는 것은 과거도 미래도 지금 여기에 가지고 오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내가 지금 밟고 있는 이 땅에서 이 순간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이라는 시간은 현재 누리고 있는 자들의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고 하는 것은 꼬아서 보지 않고, 넘겨짚지도 않고, 미리 단정하지도 않으며 결론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것까지만 보는 상태를 말합니다. 내 안의 신체감각, 감정, 생각, 기억과 주변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구 일구에 집중!

얼마 전 프로야구 경기에서 가슴 뭉클한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홉 번의 수술과 긴 재활 훈련을 마치고 2016년 첫 등판에서 1792일 만에 감격의 세이브를 올린 기아 타이거즈 곽정철 선수이야기입니다. 부상, 수술, 재활의 5년 세월을 묵묵히 견디며 마운드에 설날을 눈물로 기다렸다고 합니다. 인터뷰 내용은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연습하던 대로 스케치하던 것을 그대로 옮겨 보려고 노력했는데 오늘 생각보다 잘 옮겨지고 그림도 그렇게 그려져서 기분이 좋다. 올 시즌 목표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일구 일구에 집중하다 보면 목표와 성과는 그림자처럼 따라 올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서 ‘일구 일구의 집중’은 말 그대로 마음챙김의 힘입니다.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실전에 그대로 옮겼다고 하는 것은 마음챙김 명상의 수행적 의미입니다. “유리한 볼카운트는 의미 없다. 아웃카운트가 완성되는 마지막 공을 던져야 내 역할이 끝나는 것이다. 자신감 있게 하지만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겠다.” 일구 일구의 훈련이 가감되지 않는 집중의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매 순간 그러한 훈련으로 임하겠다는 결단과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고난 속에 피어난 그의 말들은 진한감동이 되어 팬들 사이에서 그는 ‘곽 시인’이 되었습니다. 운동을 통해 삶을 노래하는 자가 된 것입니다. 마운드에서 일구 일구에 집중하는 의식, 진료실에 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三藥)을 모려(謀慮)하며 한분 한분에게 집중하는 것 모두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상황을 정확히 대면하는 마음챙김의 한 장면입니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나’를 ‘나’답게 하고 외부 환경보다 내면의 중심을 더 중시하겠다는 결단! 여기부터 마음챙김은 시작됩니다. 3회 차에서는 마음챙김(Mindfulness)와 함께 양 날개에 해당하는 러빙 프레젠스(Loving presence)에 대한 개념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