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기 후기 ] “내 인생서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함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

2024. 1. 2. 15:17M&L NEWS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오고싶은 강의 ㅡ 고승경, 울산 해듦한의원장(침구과 전문의)

 


 

 

“집안 행사로 일가친척이 모두 모인 밤. 삼촌, 고모, 사촌 등 20명이 넘는 친척들이 집안 곳곳에 잠자리를 펴고 눕습니다. 갑자기 9살 아이 하나가 엄마 옆에서 자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때, 갑자기 날아온 베개와 벼락같은 불호령에 아이는 순간 눈앞이 하얗게 됩니다. 아픈 얼굴을 만지며, 이게 무슨 상황인가 파악하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단지 엄마 옆에서 자고 싶었을 뿐인데.

 

서슬 퍼런 분위기에 모두 압도된 걸까요? 아니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아무도 말려주거나 위로해주지 않습니다. 40개가 넘는 눈이 아이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이를 비난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울지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엄마 곁이 아닌 곳에 눈을 감고 누워버립니다. 억울하고, 부끄럽고, 아침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제, 40대 중반에 접어든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너를 이해한다고, 괜찮다고, 내가 같이 있어 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아이가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머리를 부드럽게 만져 줍니다.”

 

한의대를 졸업한 후 침구과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철저히 침구과스런 진료를 한 지 어느덧 20년 가까이 됐다. 어렸을 때의 영향일까? 비난에 유난히 취약했던 나는 진료에 있어서도 항상 과했다. 그런 나의 정성어린(?) 침 치료에도 호전이 되지 않는 환자들은 의례 NP과로 분류하고, 안 오길 바란다. 하지만 어김없이 내원하고, 악의 없는 하소연이 시작된다. 내가 해결해 줄 수도, 듣고 싶지도 않은 진료와 상관없는 이야기에 내 영혼이 갉아 먹히는 느낌이 든다. 그럴수록 정작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내게는 남지 않았고, 병이 생겼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런 생활이 끝이 없을 거 같은 느낌이 들 때쯤, 우연히 한의원을 옮기고 잠깐 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진료의 폭을 넓히기 위해 처음 접한 ‘M&L 심리치료’

 

진료의 폭도 좀 넓히고, 분위기 전환도 할 겸 적당한 강의를 찾다가 마침 하베스트에 M&L 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베이직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다른 학회에서 만난 원장님도 추천한 적도 있고, 강의 소개 화면에 뜨는 두 분 교수님의 미소가 따뜻해서 끌린다. 그리고 제일 좋은 점은 온라인 강의로 진행돼 장소나 시간에 제약이 없다는 것이었다.

 

M&L, Mindfulness와 Loving Beingness의 첫 글자라고 한다. 기복이 심한 편이었던 나는 감정의 동요가 싫어 드라마나 소설책조차 꺼렸는데, 이 두 글자가 살랑살랑, 간질간질 내 안에 뭔가를 건드리는 듯했다. 안전, 안심, 신뢰, 사랑, 존중. 아름다운 단어들이지만 뭔가 나에게 어색한 느낌이다. 과연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강의 등록 버튼을 누르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강의 영상을 재생하니 세상 편안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 이거 뭐지?’하면서 배우기 위해 강의를 듣는다는 느낌보다, 강의를 들을수록 뭔가 편안해지고 힐링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라는 게 실감이 된다. 마음의 상처는 몸이 기억한다. 통증의 원인은 마음의 상처에서 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동안 완고한 통증을 호소하며 하소연하던 환자들을 마음이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도, 고요해야 바닥을 볼 수 있다. 멈추어야 비로소 보인다(Mindfulness). 인간 존재 자체의 존귀함에 의도적으로 집중(Loving Beingness)한다. 강의의 회차를 거듭할수록, 환자가 내 말을 가로막기 전에 빠르게 쏟아내던 말들이 속도 늦추고, 환자의 호흡을 기다렸다.

 

낯선 사람들과 만남…편안함과 안전함 느껴 놀라

 

5회차의 강의와 4번의 zoom미팅을 마친 후 열렸던 1박2일간의 오프라인 실습에서는 Loving Beingness에 기반한 안전의 장이 무엇인지 체험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이렇게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이어지는 어드밴스드 코스에서도 역시 두 분 교수님들의 반가운, 편안하고 따스한 목소리로 강의가 진행됐다. 치료자의 목소리 톤, 속도, 어휘 사용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치료자의 언어는 외국어를 배우듯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깊이 공감된다.

 

어드밴스드 코스에서는 각 질환별 매뉴얼과 경계선, 내면아이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는데, 자타를 단절하는 Wall이 아닌 구분하는 경계선(fence)의 개념은 그간에 진료실에서 느꼈던 알 수 없는 심리적 불편감에 대해 설명해줬고, 알아차림과 동시에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내면아이 강의를 통해서는 나의 생존전략을 자각할 수 있었고, 불편해서 덮어두었던, 하지만 자꾸 떠오르는 어린 시절 상처받은 나의 내면아이의 곁으로 다가가 눈물 흘리며, 같이 아파하고, 그 때의 아이가 원하던 위로를 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줬다.

 

두 번째 오프라인 실습에서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상대방에게서 빛나는 것을 찾으려는 눈에서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낀다. 특히 Inner child work 실습 도중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는 후배 선생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내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나는 저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가.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오고 싶은 강의

 

어드밴스드 오프라인 실습을 가는 길에 동행했던 남편이 임상에 응용이 잘 되고 있는지 물었었다. 나의 대답은 ‘그건 아직 확실하게 말할 수 없어. 하지만 나는 지금 정말 좋아’였다. 

좋은 곳을 가거나, 좋은 것을 먹을 때,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이 강의가 나에게 그렇다.

 

M&L 심리치료 프로스킬 코스를 수료한 지금 나는 내 인생에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것을 안다. 당연히 한방신경정신과를 전공하는 선생님들에겐 말할 것도 없겠지만, 하던 대로 하던 임상과 일상이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지고, 힘들어하는 한의사라면, 또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더더욱 이 강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8기 M&L 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치며… > 뉴스 | 한의신문 (ako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