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원 칼럼] 지언고론요법(至言高論療法) - 의미 있는 말은 어디에서 오는가(2)

2022. 12. 13. 15:25MOMMAMHANA Mental Clinic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 < 9 >

의미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심리치료를 한의학에서는 지언고론요법이 있음을 소개했다. 즉 지극히 논리적이고 높은 식견의 언어를 통해 치료의 장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현대적 치료기법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지난주에 소개한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에 이어 ‘리프레임(Reframe)’을 알아보자.

 


 

이시대의 진정한 말꾼 김제동

토크 콘서트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의 문턱에 다달아있고 그 문턱을 서성이다보면 어느 사이 나 자신과 조우하는 듯 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언어는 수수하고 소박하다. 때론 집배원의 손길처럼 청중과 청중사이에 마음을 전달하고 뒤에 서 있기가 일쑤다. 그의 진행은 참으로 편안하다. 정답을 요구하지 않으며 잘못조차 용납 받을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연인, 부부, 친구, 때론 홀로 앉아(시청자조차) 그의 말을 듣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고, 주억거리다 ‘우리’라는 한 덩어리로 동여매지는 느낌이 든다. 서로 난상토론이 되어도 그걸 끊거나 다그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마지막은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담은 따뜻한 말에 모두가 집단 치유를 경험한다. 이쯤되면 그는 진행자가 아니라 치료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한번은 그가 진행을 시작하기 앞서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는데 한 남성분이 김제동을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오늘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했다. 재빨리 그는 말했단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선생님께서 오셨으니 좋은 말씀 많이 해주세요!” 그는 모든 청중의 소리를 자신의 말보도 위에 두는 사람이다. 이 사람 김제동은 참 좋은 사람이자 타고난 치유자다.

그의 말과 청중의 언어 사이를 들여다보면 ‘리프레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돈으로 고통받고 좌절하는 3포, 5포, 7포 세대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소개된 적이 있다. 자신에게 돈을 쓰는 것이 아깝다 말하는 한 청년은 자신이 돈을 안 쓰는 이유를 어머니 노후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 해서 듣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청년은 ‘어머니’라는 단어를 뱉어내고는 울컥하여 그 커다란 덩치에 눈물까지 보였다. 나도 눈물이 동했다. 아마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손만 내밀면 지척인 곳에 있는 이 시대의 청년의 모습이라 생각하니 맘이 아팠다. 여윳돈이 생긴다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싶냐고 출연자 중 한 분이 질문을 했다. 잠깐 생각한 청년은 너무 오랫동안 나를 위해 돈을 써보지 않아 어디에 써야할지 모르겠다며 또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청년은 어떤 생각을 하며 울고 있는 것이었을까? 잠시 후 앳된 아가씨 한 분이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청년이 있는 곳을 향해 휴지를 전달하게 하였다. 그녀가 앉아있는 곳은 청년과 꽤 떨어져 있는 곳에 있었다. 휴지가 옮겨가는 모습을 김제동은 재빨리 인식하고 훈훈한 표현으로 연결하여 청년의 눈물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

“책임감과 죄책감. 이런 것은 인간적인 감정인거 같아요. 그런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보니 자격 있으신 분 같아요. 용기를 내서 자신을 위해서도 뭐라도 하셨음 좋겠어요.”

김제동이 휴지를 건넨 손에 마이크를 쥐어주자 그녀가 청년을 향해 한 말이다. 그녀의 말이 바로 사람을 세우는 ‘리프레임’이다. 어머니의 희생을 생각하는 사랑이 왜곡돼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쓸 수 없게 만드는 죄책감으로 갇힌 생각에서 어머니뿐만 아니라 그런 어머니를 귀하게 생각하는 당신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 청년은 예상치 못한 치유를 경험했으리라 생각된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해결이 아닌 공감이다. 진실한 공감은 용기를 부른다. 그녀의 휴지가 진정한 용기를 부른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공감을 행동으로 보여준 그녀는 지나친 청년의 심리를 ‘인간적인 감정’이라는 표현을 통해 정화시켜 준다. 그런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정말 ‘자격 있는 사람’이네요 라고 까지 존중해주었다. 이 말은 자신감 없는 청년에게 뭔가 혼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불안해하는 청년에게 새로운 시야를 만들어주는 언어적 리프레임이 되었다. 옆에서 듣고 있는 청중들 역시 똑같은 후련함을 느꼈고 청년은 말할 것도 없는 치유의 맨트였다.

지언고론요법은 ‘의미있는 말을 통해 사람을 얻는 방법’이라 했다. 스토리텔링과 리프레임 둘 다 공감적 이해가 전제되어야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기계적 기술이라기보다는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순간, 상대의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다. 어설픈 위로나 섣부른 조언은 오히려 반감을 사기 쉽다. 특히 트라우마의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리프레임은 ‘다시’라는 ‘Re’ 와 ‘틀’이라는 ‘Frame’의 합성어로 ‘액자나 틀, 어떤 틀을 다시 한번 재조립 해 본다’는 뜻이다.

그동안 살아온 방식, 신념, 가치관을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확 바꾸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그것을 재조립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틀조차도 타인에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니라 불안해하고 불가하다고 생각하는 왜곡과 자책으로부터 자신을 믿을 만 하고 자신이 용납될 수 있음을 함께 지지해 주는 것이다. 용기를 내어 자신의 프레임을 완성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다.

거짓의 말들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광화문의 일렁이는 촛불함성이  누군가의 눈물을 어루만질 수 있다면 그것은 거국적 리프레임이 태동하는 것이요,  불신과 냉담을 녹일 온기가되어 국민적 치유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시그널로 나는 알아 볼 것이다.